시험 전날 밤, 커피를 연달아 마시며 책을 붙잡고 밤을 새운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문제는 그렇게 밤새 외운 내용이 정작 시험장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봤는데 왜 기억이 흐릿할까요.
답은 수면이 하는 일에 있습니다. 뇌는 잠든 사이에 낮 동안 입력된 정보를 정리해서 장기 기억으로 옮기는 작업, 이른바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를 진행합니다. 밤을 새우면 이 작업이 아예 일어날 시간이 없다는 뜻이고, 심지어 공부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손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밤샘이 두 번 손해인 이유
기억을 만드는 두 가지 수면, SWS와 렘수면(REM)
수면은 크게 느린파수면(SWS, 깊은 잠)과 REM 수면으로 나뉩니다. 개념·사실·암기처럼 선언적 기억은 SWS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자전거 타기나 악기 연주 같은 절차적 기억은 REM 수면이 통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과제에서 SWS의 영향이 REM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어, 시험 공부처럼 개념과 지식을 암기하는 작업이라면 특히 깊은 잠(SWS)을 확보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REM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동물 실험에서도 드러납니다. 쥐를 대상으로 REM 수면을 박탈한 실험에서는 이후 학습 활동 성과가 뚜렷하게 나빠졌습니다. 다만 이건 쥐 실험 결과이므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REM도 학습 통합에 관여한다' 정도로 참고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정서적 기억은 예외였습니다
REM 수면이 모든 기억에 절대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24시간 동안 REM 수면만 선택적으로 박탈한 실험에서, 정서적 기억의 공고화는 손상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정이 담긴 기억이라도 REM 수면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수면 단계도 함께 관여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결과가 절차적 기억이나 선언적 기억까지 REM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니, 과목 성격에 따라 필요한 수면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럼 언제 자야 기억이 남을까
기억 공고화는 학습 직후의 수면 단계에서 시작됩니다. 즉 낮에 공부한 내용을 그날 밤 잠으로 정리해야 다음 학습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하루 벼락치기로 몰아넣고 밤을 새우면 그 정리 단계가 아예 빠지는 셈이라, 다음날 다시 봐도 처음 본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밤샘 공부의 가장 큰 문제는 '못 외워서'가 아니라 '못 정리해서'입니다. 공부한 내용을 오래 남기고 싶다면 한 페이지라도 더 보는 것보다, 본 내용을 재울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기억에는 더 확실한 투자입니다.
